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춘절을 앞두고 베이징행 항공편에 탑승한 젠칭은 뒤편에 앉은 한 여성을 보게 되고 서로 구면인 듯 눈인사를 주고받습니다.
폭설로 인해 항공편이 취소되자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둘의 첫 만남은 10년 전 귀향길 열차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기차표를 잃어버려 당황하고 있는 샤오샤오를 보고 젠칭이 그녀의 기차표를 찾아주고 폭설로 기차 운행이 멈추자 내려서 함께 이동합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의 젠칭과 다르게 밝고 활발한 샤오샤오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고향에 도착한 이후에 젠칭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춘절을 보냅니다.
어른이 되면 더 먼 세상으로 떠나 취업에 성공하고 싶었던 젠칭과 베이징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소망하는 샤오샤오는 베이징으로 돌아가서도 친분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중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젠칭의 친구들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고, 샤오샤오는 계속된 연애의 실패로 갈 곳이 없어지자 둘은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생계를 위해 불법복제물 판매를 하던 젠칭이 구속되자 혼자 남은 샤오샤오는 그의 빈자리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젠칭이 출소하는 날 고백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샤오샤오가 원하는 조건의 사람이 되고 싶은 젠칭은 게임 개발에 열중합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둘은 열심히 살아가지만 남들의 기준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지,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의도치 않게 친구의 비아냥을 듣게 된 젠칭은 자신이 계산을 하겠다고 허세를 부립니다. 그날 이후 씁쓸하고 비참한 자신의 모습에 샤오샤오와 다투는 날이 늘어가고 자포자기한 것처럼 일은 하지 않고 게임만 하면서 지냅니다.
그런 모습에 실망한 샤오샤오는 결국 젠칭을 떠나게 됩니다. 인사를 하는 샤오샤오를 두고 게임만 하던 젠칭은 뒤늦게 그녀를 쫓아갑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이 그녀를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끝내 그녀를 잡지는 못합니다.
이별한 뒤, 젠칭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그 게임이 호응을 얻어 성공을 하고 베이징에 집도 삽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젠칭은 이제 샤오샤오가 원하는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붙잡아보지만 물질적인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보금자리를 원했던 그녀는 거절합니다.
그렇게 헤어진 둘이 우연히 비행기에서 재회를 한 것입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함께 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둘은 제대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밝은 표정으로 진짜 이별을 합니다.
I miss you, 내가 널 놓쳤어
이 영화는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미래가 불안정한 연인들이 겪는 갈등과 그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감정이 잘 드러납니다.
젠칭과 샤오샤오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만약 그때 다른 선택했다면 우리는 달라졌을까'하는 가정을 해보지만 그럴수록 달라질 것 없는 현실이 더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에 동화되어 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에서도 둘이 다시 만남을 이어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젠칭이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는 동안 샤오샤오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숨기는 장면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현실과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만큼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나고 보니 서로만 빼고 다 가졌다'는 그들의 대사에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 찾아오는 후회와 미련이 담겨있었습니다.
우리는 지나친 시간 속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만약에'라는 생각이 지속되면 지금의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현재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으로 이뤘기 때문에 아쉬움을 가지기보다는 과거를 통해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라봅니다.
영화에서 현재 시점은 흑백 화면으로, 과거 시점은 컬러 화면으로 나타냈습니다.
젠칭이 구상하던 게임에서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 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를 영화 내부에 적용시킨 것입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현재는 흑백으로 둘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과거는 컬러로 대비가 되면서 그들의 감정을 잘 보여줍니다.
둘이 진정한 이별을 하고 난 다음 샤오샤오가 게임의 엔딩을 맞이하자 다시 화면은 색을 되찾습니다. 이제는 이별을 통해 성장을 하고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어서겠지요.
그리고 젠칭의 아버지가 샤오샤오에게 남긴 편지는 인생을 먼저 살아보고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본 어른으로서 해주는 말인 것 같아서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인연이라는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다는 내용을 통해서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인연을 지속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어느 한 명의 시점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연출이 더욱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눈 쌓인 겨울처럼 마음이 먹먹해지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