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감독 : 정지혜
출연 : 김금순 , 윤금선아, 조현우, 김최용준
수상내역 : 17회 로마 국제영화제(최고의 여자배우상, 심사위원 대상), 23회 전주국제영화제(한국경쟁 - 대상)
세상 가장 빛나는 이름, 정순
정순은 작은 공장에서 일하며 결혼을 앞둔 딸 유진과 함께 사는 중년의 여성입니다.
그녀는 친한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젊은 감독관이 반말로 지적을 해도 웃어넘기는 성격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이 공장에 중년 남성 영수가 신입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정순과 영수는 동료들과 함께 간 등산모임을 통해서 비밀 연애를 시작합니다.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주로 영수가 지내고 있는 모텔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두 사람만 있는 공간이라서 내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정순은 속옷만 입은 채 침대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그 모습이 예쁘다며 영수는 핸드폰으로 촬영을 합니다.
영수가 촬영한 영상은 동료 직원들 사이에 퍼지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 공유가 이뤄지면서 유진의 직장 사람들이 웃기는 영상이라며 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정순은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고 공장을 뛰쳐나와 입고 있던 작업복을 뒤집어쓰고 유진에게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호출합니다.
그 뒤로 사람들과 단절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숨고, 정순 대신 유진이 경찰서로 찾아가 신고를 합니다.
신고 이후 직접 찾아온 영수를 보고 마음이 약해진 정순은 본인도 너무 고통스럽지만 끝까지 싸우기보다는 선처를 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던 중, 공장 앞을 지나가다 본 가해자들은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너무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정순은 뭔가 결심한 듯 다시 공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가장 빛나게, 가장 나답게, 오직 나를 위한 내일
이 영화는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디지털'이란 단어 때문인지 가장 연결 짓기 어려워하는 대상이 중년여성이라는 점에서 영화 구성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장년 여성의 성적결정권과 사생활을 다룬다는 차별점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감독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 조사하면서 사람들이 자신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일, 어떤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순을 포함한 등장인물들 모두 보편적이고 정형성을 따르는 인물들로 그려냈습니다. 정순의 모습부터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영수 역시 정순에게 큰 상처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와 사랑을 하는 인물이기에 평범한 인물로 그렸다고 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공장은 청결이 중요한 곳이지만 실상은 깨끗하지 않고 범죄를 은폐하는 공간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정순이 그 공간으로 돌아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피해자라고 해서 그대로 멈춰있지 않겠다고, 당신들은 나의 삶을 망가뜨릴 수 없다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정순의 영상을 가볍게 시청하고 조롱거리로 삼는 행위는 남성들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여성들이 모두 연대하는 입장이 아니고 남성들 못지않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은 몸이 어떤 몸이고, 여자가 가져야 하는 단정한 태도가 어떤 것인가 하는 여성혐오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항상 운전석에 앉아있던 유진이 조수석에 앉아있고 정순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운전하는 정순의 모습에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들게 하고 유진은 그 옆에서 정순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정순은 본인 원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정순이 나아가는 길은 엄마, 이모가 아닌 '정순'이라는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순의 딸 유진은 엄마와는 다르게 살려고 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엄마의 편이 되는 사람입니다.
정순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유진은 결혼 준비를 미루고 엄마 곁에 머무릅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본인의 처지 때문에 엄마가 더 눈치를 보고 소극적이 될까 봐 꼿꼿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진의 애인인 성호는 사건 이전과 이후 큰 변화 없이 모녀를 대하는 점이 유진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