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감독 : 코랄리 파르쟈 (Coralie Fargeat)
프랑스의 영화감독으로 2017년 개봉한 리벤지(Revenge)로 장편 데뷔를 하면서 강렬한 색감과 수위 높고 고어한 표현을 특징적으로 사용합니다. 리벤지와 서브스턴스 모두 페미니즘의 의미도 담고 있으면서 인물의 심리 표현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연 : 데미 무어(엘리자베스 스파클 역), 마가렛 퀼리(수 역)
데미 무어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과 제31회 SAG 어워즈에서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데뷔 45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미 무어는 수상소감 당시 '팝콘 배우'라는 평가가 자신을 갉아먹었고, 자신의 연기 경력이 더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어버렸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커리어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이 영화의 대본을 보게 되었고 자신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긴 유명한 대스타였지만 현재는 50대가 되면서 자신이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는 위기에 처합니다. 자신의 생일날 전광판에 걸린 자신의 모습이 뜯겨 나가는 모습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의문의 usb를 받게 됩니다. 엘리자베스가 받은 usb 안에는 서브스턴스 약물에 대한 광고 영상이 담겨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불만족스러웠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서브스턴스를 구매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약물이 담긴 상자를 수령하고 주의사항을 살펴본 후 활성제를 주사합니다. 주사를 맞고 나서 그녀의 몸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젊고 아름다운 수가 엘리자베스의 몸에서 나오게 됩니다. 원형인 엘리자베스와 변형인 수는 각각 7일을 번갈아가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젊은 몸과 에너지를 가진 수는 점점 엘리자베스의 시간을 빼앗게 됩니다. 수는 엘리자베스가 진행해 왔던 프로그램에 캐스팅되어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수가 성공의 달콤함에 취해 규칙을 지키지 않고 7일을 훌쩍 넘긴 뒤 엘리자베스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노화가 급속히 진행된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기괴하게 변해가자 그녀는 결국 서브스턴스를 중단하기로 합니다. 중단을 위한 주사를 수에게 주입하는 도중에 엘리자베스는 멈추게 되고 깨어난 수는 엘리자베스에게 분노하고 폭력을 행사합니다. 영화에서 계속 경고처럼 둘은 하나라는 것을 망각하고 엘리자베스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수는 자신의 모습이 망가져가자 마지막 발악처럼 활성제를 주사합니다. 더 젊고 더 아름다운 자신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눈, 코, 입을 포함한 신체가 제자리에 있지 않은 마치 괴물과 같은 모습이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여성의 자기혐오를 담은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처럼 올해 최고의 미친 영화라는 표현이 잘 맞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별 모양으로 엘리자베스의 이름이 새겨지고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는 모습을 통해서 스타 엘리자베스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영화에서 엘리자베스가 남자 동창과 저녁 약속을 잡은 후, 화장을 했다가 지웠다가 반복하다가 결국 화난 표정으로 장갑 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뭉개뜨리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데미 무어의 열연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젊은 모습의 수와 자신을 비교해 가며 결국엔 스스로를 타인과 단절시키고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자신에게 박하게 대하는 걸까, 그녀의 자존감은 얼마나 낮아져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더 젊은것이 더 완벽한 것인가? 하는 물음표를 던지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우리에게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인데 노화가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그려낸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는 엘리자베스가 지나온 길을 똑같이 따라가야만 했는지, 엘리자베스는 그저 자신의 과거의 영광을 대리만족하는데 만족하고 싶었는지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