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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무료 전시 - 강명희 'Visit'

by mobeemoon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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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무료 전시 추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강명희 개인전 'Visit 방문'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전시기간 : 2025.03.04 ~ 2025.06.08 (월요일 휴무)

관람료 : 무료

 

화가 강명희(Kang Myonghi)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1972년 프랑스로 건너가 아카데미 라 그랑드 쇼미에르에서 수학하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그 감정을 화폭에 담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사진이나 스케치를 활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기억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람객은 자연의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Visit, 방문

오랜 시간 대면한 자연의 풍광 속 본질에 천착하고 존재와 자연과의 관계를 화면에 담아내며 독자적인 회화 영역을 구축한 작가의 60여 년에 걸친 화업과 주요 작품들을 망라하여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공간적 경험과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크게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서광동리에 살면서 : 작가가 2007년부터 제주도에 거주하며 제작한 비교적 최근의 작업과 제주를 중심으로  작가의 일상과 연결되는 회화를 선보입니다.

2. 방문 : 프랑스에서의 작업과 해외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합니다.

3. 비원秘苑 : 현재 작업의 출발점이자 작품 해석의 단서를 제공하는 초기작을 소개합니다.

'Visit, 방문'은 작가의 작품명에서 빌려 온 전시 제목으로 한 곳에 완전히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며 작업한 작가의 유목적 태도와 일시적 만남에서 비롯된 예술적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충만한 빛과 색으로 가득한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매우 구체적인 자연의 요소에서 출발하며 긴 시간의 단련을 통한 사색과 비워내기'라는 반복적 행위의 응축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명희 - 레퀴엠(Requiem), 2024
강명희 - 서귀포(Seogwipo), 1987-89

 

작품 제목이 익숙한 제주도의 장소인 한라산, 산방산, 안덕계곡 등으로 소개가 되어있어서 제주도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제작된 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땅위에서 자행되는 파괴와 상처, 자연의 위기에 대한 사유와 애도, 자연을 매개로 한 소통 등을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한 장소를 반복적으로 그리거나 수년의 시간이 축척된 자연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리아 땅에서 일어난 전쟁과 폭력, 그로 인한 죽음과 상처를 상기시키기 위해 '시리아' 시리즈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먼 곳의 전쟁 소식을 듣고 느낀 무력감, 지속된 내전으로 인한 혼돈된 심경이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러 회화 작품 사이에 '중국해를 그리며 오고 간 편지'라는 시화 작품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00년대부터 중국 시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탄생한 시화(詩畵) 연작 중 하나로 회화와 시가 결합된 형태로,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감성을 시와 회화로 표현한 독특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시공간적 변화를 따라서 감상한 뒤, 반대로 거슬러 올라오는 순서로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같은 붓, 같은 손, 같은 숨결로

사물의 떨림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할 공통의 언어를.

 

소리와 색깔,

두 개의 혼미(昏迷)가 서로 마주 보고 소용돌이친다.

의미에서 분리되어 파도와 꿈의 흐름을 따라 우리는

생명의 근원에서 멀어져

얼어붙은 사막을 향해 나아갔다.

 

무심한 선과 단어로 뒤덮인 이 해안이 몹시 그립다,

우리의 기호들이 산산조각 부서져 가시처럼 서로를 삼킬 때,

장미는 사라졌다.

 

- 중국해를 그리며 오고 간 편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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