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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 후기(House of the seasons)

by mobeemoon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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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벌하고 흩어지면 살만하다

 

감독 :  오정민

출연 :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오만석, 안민영, 정재은

수상내역  :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 넥스트링크상,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 KBS독립영화상, 제25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 각본상, 제61회 백상예술대상 - 영화 부문 신인감독상

 

 

'장손'은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각자의 사연과 비밀, 다양한 갈등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할아버지 승필은 전통을 중요시하는 가부장적인 인물로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일구어내고 그 공장을 중심으로 가족을 이끌어 왔습니다.

자신의 아들인 태근에게 공장을 물려주었지만 실질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태근의 아내인 혜숙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두부 공장에서 나온 혜숙은 제사상에 올리기 위한 두부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오고, 집안에서는 제사 음식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선풍기 바람에 의존한 채 땀 흘리면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은 방 안에서 화투를 치고 있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장손인 성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진은 김 씨 가문의 3대 장손으로 가업인 두부 공장을 이어받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르게 서울에서 무명 배우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성진은 두부공장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 영화는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우들은 실제 가족 구성원처럼 보일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단체 합숙을 통한 연습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을 'House of the seasons'라고 표현한 것처럼 영화에서 계절에 따른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계절이 여름, 가을, 겨울 변화함에 따라 가족들의 모습도 변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상처와 사연이 드러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하얗게 눈이 쌓인 마을을 멀리서 비추고, 그곳을 혼자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큰 여운을 남깁니다.

 

끈끈한 가족애가 있어 보이던 그들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갈등이 점점 커집니다.

그전까지는 집안의 중심이 할아버지처럼 보였지만, 사실 가족들을 결속시킨 것은 할머니의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존재가 없어지자 가족들은 연결이 느슨해지면서 돈이나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숨겨진 모습은 성진의 시선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보입니다.

'장손'이라는 성진의 존재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집안에 일이 생길 때마다 집으로 소환되는데 이때 다른 가족들은 성진에게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성진을 통해서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각자의 이면을 보여주고 가족 구성원들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아버지는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성진은 불안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상처를 안고 살고 있었습니다.

 

제사와 장례와 같은 전통적인 절차를 통한 한국 가족의 보편성과 세대갈등, 이념갈등, 종교갈등 등 다양한 갈등을 겪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속해있는 가족의 모습은 어떤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유교적 사상을 중요시하며 12시가 지나야 만 제사를 지내야 하고, 한복차림으로 생활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저에게도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관습과 의식이 익숙한 어른들과 현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자녀들의 갈등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많이 달라진 현재,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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