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흔들지
감독 : 요아킴 트리에
출연 :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율리에는 30살을 앞두고 의학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진짜 인생을 찾겠다며 심리학을 배우겠다고 마음먹지만, 얼마 후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며 서점에서 일하면서 사진을 배우는 생활을 합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앞둔 율리에는 파티에서 40살 만화가 악셀을 만나게 됩니다.
악셀은 성공한 만화가로 율리에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기를 원합니다.
행복한 둘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던 중, 악셀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날 율리에는 파티장을 나와서 무작정 걷습니다.
그러다 전혀 모르는 파티장으로 홀린 듯 들어가고 그곳에서 에이빈드를 만납니다.
율리에는 악셀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에이빈드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에이빈드 역시 그녀의 모든 것을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그 사이 임신과 유산을 겪으며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는 중, 악셀이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갑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사랑을 하는 순간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에는 달콤함에 빠져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고 사랑해 줄 상대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미지근해지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영화 속 율리에는 악셀과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계속 방황합니다.
그래서 자신과는 다르게 직업적으로 안정되고 예술적으로도 인정받는 악셀에게 묘한 질투심과 쓸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악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파티장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확신을 가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과는 다르게 자신에 대한 고민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악셀과 헤어지면서 자신이 삶의 조연 역할인 것 같다고 한 것과는 다르게 에이빈드와의 관계에서는 율리에의 존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에이빈드가 악셀과는 달라서 끌렸지만 다른 점 때문에 이전 연인과 비교를 하게 됩니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에이빈드에게 '넌 50살까지 커피나 나르며 살겠지만 난 더 많은 걸 원해'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에이빈드가 율리에의 글을 칭찬하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등 갈등이 반복되고 결국 그와의 관계도 정리합니다.
율리에의 외로움과 공허함은 자신의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 겁니다.
이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은 타인을 통해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최악의 나를 마주하고 더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에게 솔직하려면 타인에게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최악이 되더라도 자기 삶을 사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나를 충분히 사랑해야 스스로의 세계를 확장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율리에가 커피를 내리는 악셀의 등 뒤에서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추고 율리에는 새로운 사람을 생각하면 달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CG 없이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들이 많은 연습을 거치고 실제 현장에서는 몇몇 행인들이 즉석에서 가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내 연인과 다른 시간 속에 있었으면 하는 로맨틱한 연출이지만 이 장면 이후에 율리에는 악셀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아날로그로 환상을 구현한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담겨있습니다.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혼란스러움,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은 제목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최악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더 완전한 삶은 지금이 아니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 같아서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고 최악의 선택을 통해서 결점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마주해야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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