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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나'를 연기하는 여인, 피닉스 후기

by mobeemoon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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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연극

감독 : 크리스티안 페촐트

출연 : 니나 호스, 로날트 체어펠트

 

검문소 앞에서 넬리와 레네가 탄 차가 멈추고 신원 확인을 위해 군인들은 붕대를 감고 있는 넬리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넬리는 친구 레네의 도움을 받아 성형수술을 받습니다.

수술 전 의사가 어떤 얼굴을 원하느냐고 묻자 넬리는 최대한 원래 자신의 얼굴처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넬리의 얼굴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고 그녀가 살던 곳도 폭격으로 인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넬리는 남편을 찾기 위해서 피아노 연주를 할 만한 곳을 돌아다니고 그곳에서 마주친 남편 조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조니는 넬리를 쫓아와 자신의 아내와 비슷하다며 아내 역할을 연기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몰라보는 조니가 원망스럽지만 넬리는 조니와 함께하기 위해 자신을 연기하기로 합니다.

조니는 필체 연습을 시키고 머리 모양과 화장법도 바꾸도록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지인들을 만날 때는 빨간 드레스와 파리에서 산 구두를 착용하라고 건네줍니다.

수용소에서 나오는데 적절한 차림이 아니라고 거부해 보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연출을 고집합니다.

넬리는 체포되기 직전 조니과 함께 묵었던 숙소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남편이 자신을 밀고했었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가 전해준 이혼서류를 보고 차츰 진실을 알게 됩니다.

조니의 계획대로 기차역에서 지인들과 재회하고 그들이 모인 자리에서 넬리 조니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하고 자신은 노래를 부릅니다.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Time is so old, and love so brief

We're late, darling, we're late'

 

 

다시 살아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영화는 프랑스 작가 위베르 몬테이레의 소설 'Le Retour des cendres, 재의 귀환'을 각색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의 관계를 통해서 유대인과 독일인이 전쟁 이후 그전처럼 함께 지낼 수 있는가를 은유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넬리는 얼굴에 총상을 입고 성형수술로 인해 다른 모습이 되고, 도시의 건물도 무너져 원래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영화는 넬리의 상처처럼 역사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넬리는 조니에 대한 사랑만을 믿고 그와 전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을 기대하며 진실을 외면하려고 합니다.

조니는 연기하는 넬리가 진짜 넬리를 닮아 가자 전혀 다르다며 부정합니다.

이들과 다르게 레네는 처음부터 현실을 바라보고 팔레스타인에 가서 유대인들이 안전하게 살 땅을 찾겠다고 말합니다.

레네는 이웃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나치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은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표시를 해두기도 합니다.

그래서 넬리가 조니와 함께 하고 싶어 할 때마다 그는 배신자라며 진실을 일깨워주려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수용소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조니에 대한 사랑이 있어서라며 듣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연기하고 있는 넬리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기까지 합니다.

넬리의 모습에서 절망을 느낀 것인지 레네는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다고 느끼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넬리와 레네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넬리는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레네는 불을 켜고 밝은 상태에서 넬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합니다.

조니가 자신에게 저지른 행동을 인정하고, 고통스러워도 제대로 마주 보기를 계속 일깨워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니는 넬리에게 연기를 시키면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파리에서 산 구두를 입고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바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팔에 수감번호를 새겨야 한다고 몸에 상처를 내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넬리가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도 희생자들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덮어둔 채로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은 채 노래를 하는 넬리의 팔에 새겨진 수감번호를 보고서야 과거를 지우려고 해도 흔적은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넬리 역시 자신의 얼굴이 '재건'되었듯이 이전처럼 살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조니에게서 멀어지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제목인 'phoenix'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새로 불에 타 죽고 그 재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존재입니다.

피닉스처럼 죽음의 고비를 넘고 수용소에서 힘들게 살아남은 넬리가 다시 살아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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