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이들의 아픔
감독 :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 니로
팻은 아내가 자신의 직장 동료와 외도를 한 것을 목격하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동료를 폭행합니다.
이 일로 아내 니키에게는 접근금지를 당하고, 직장과 집도 잃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그는 자신이 몸을 만들고 정신 차리면 아내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팻은 친구 로니의 집을 방문한 날, 그의 처제인 티파니를 만나게 됩니다.
티파니는 남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둘은 서로 먹고 있는 약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각자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팻은 정신과 의사의 티파니와 친해지라는 조언에 따라 그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티파니가 댄스경연대회에 파트너로 함께 나가면 니키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팻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둘은 함께 춤 연습을 시작하게 됩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사랑으로 이겨내는 방법
이 영화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와 함께하는 가족이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서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인 'silver linings'은 '구름 뒤에 숨어있는 해가 구름의 가장자리에서 빛내는 은색선'을 뜻하는데 '한 줄기 희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불완전하게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팻의 형과 티파니의 언니는 동생의 불행한 모습을 자신과 비교하며 행복을 얻고, 친구 로니는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를 차고에서 물건을 때려 부수는 것으로 해소합니다.
팻은 아내의 외도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자신의 결혼식 날의 노래를 통해 반복됩니다.
티파니는 공황에 빠진 그에게 '그냥 노래일 뿐이야, 괴물이 아니야'라고 말해줍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긍정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서 약물 치료도 중단한 그에게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일깨워줍니다.
티파니는 징크스와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는 팻의 아버지에게도 논리적으로 반박해서 그의 징크스는 허점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티파니의 말이 아버지에게도 자극이 되었던 것인지 대회가 끝나고 팻에게 '티파니는 널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니키는 그렇지 않다'라고 진심을 담아 조언합니다.
아버지도 아들이 자신의 상황을 직면하고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팻은 티파니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그녀 앞에서 자꾸만 니키의 이야기를 꺼내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데이트가 아니라면 선을 긋습니다.
이런 모습은 티파니에게 향하는 마음을 억지로 막기 위한 방어기제로 보였습니다.
팻처럼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가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반대의 행동을 하는 태도는 심리학 용어로 '반동형성'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팻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마주한 이후에야 자신의 마음도 인정하고 티파니에게 진심을 고백합니다.
자신의 상처가 크기 때문에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고,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를 돌아보지 못해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티파니는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과 우울함을 가지고 일탈 행위를 했다가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약물 치료를 받고 변화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서 자신처럼 힘들어하고 있는 팻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는 것임을 티파니를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팻은 건강한 몸을 만들면 니키가 돌아올 것으로 믿고 아침마다 러닝을 하기로 합니다.
처방받은 약도 제대로 먹지 않고, 책을 읽다가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화를 참지 못하고 책을 던져서 유리창이 깨집니다.
깨진 유리창을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대충 종이를 붙여둔 채 방치해 둡니다.
팻은 자신의 문제는 그냥 덮어두고 보려고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긍정 회로를 돌립니다.
흔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조언하지만 팻의 경우에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팻에게 티파니가 그것을 일깨워주고, 불완전한 팻의 모습을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구름이 걷히고 다시 햇빛을 볼 수 있는 순간처럼,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극복해 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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