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감독 : 이정홍
출연 : 박기홍, 최영준, 안주민
수상 내역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 뉴 커런츠상, 넷팩상, KBS독립영화상, 크리틱b상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 대상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 감독상, 영화평론가상
제60회 백상예술대상 - 신인감독상
누군가 창밖으로 뛰어내린 밤부터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목수일을 하는 기홍은 친구인 경준과 함께 피아노 학원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일이 끝나고 기홍과 경준을 술을 마신 뒤 피아노 학원으로 몰래 들어가 잠을 잡니다.
그리고 며칠 뒤, 기홍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차를 세워둔 날 누군가가 차 위로 뛰어내린 것이었습니다.
학원 원장에게 사실을 말하자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돌아가라 합니다.
기홍이 살고 있는 집주인인 정환에게 이런 사정을 말하자 정환은 피아노 학원에 몰래 숨어 지내는 사람일 수 있으니 가서 확인해 보자고 부추기고 둘은 피아노 학원으로 향합니다.
정환이 학원 도어록을 누르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도망갑니다.
얼마 후, 기홍은 다른 공사 현상 근처에서 블랙박스 화면 속의 얼굴을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세상을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고군분투
우리는 늘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독은 영화 속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이 궁금해지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나아가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그러한 체험이, 나날이 관계 속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제목 때문에 관람하는 동안 누가 괴인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보게 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누가 괴인이고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목이 영화를 가두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은 누구나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어 누구든 괴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잘 지은 제목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는 '기홍의 차 위로 사람이 뛰어내렸다'라는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내적인 심리 상태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변화되어 가는지를 집중해서 보여줍니다.
정환과 현정 부부는 가장 가깝고 사랑해야 하는 관계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현정은 정환보다는 기홍과 대화하는 것이 편해 보이고, 정환은 함께 하고 싶은 테니스를 현정이 아니라 기홍과 함께 배우러 다닙니다.
기홍은 정환과 현정에게 아내와 남편의 역할의 대체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환은 그래서인지 기홍에게 벌어진 일을 당사자보다 더 궁금해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기홍의 차 위로 떨어진 인물인 '하나'를 알게 되자 정환이 먼저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정환의 태도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 있고 오지랖 넓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상처를 담아둔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현정은 결혼 전 '사랑할 자신은 없지만 좋은 아내가 되어 보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는 못하겠지만 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좋게 지내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부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인 사람들에게조차 벽이 존재하고, 그 벽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공포심을 느끼고 더 고독한 존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내면을 타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닐까,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해야 할까 하는 물음을 계속 던지게 됩니다.
기홍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불만족스러워서 나름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목수일을 하면서는 이상한 우월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공사 작업을 함께하는 다른 인부들에게 반말로 대하고, 다음 일이 잡히지 않자 경준이 일을 그만두는 장면에서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기홍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치부나 욕망을 드러낼 자신도 없고 남들 앞에서 솔직하기가 어려운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에게서 차 수리비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밥을 사주고 택시비를 내주는 모습에서 내면에는 따뜻한 마음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홍에게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기홍과 반대되는 인물이 하나입니다.
하나는 자신의 상황과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이런 하나의 모습이 기홍, 정환, 현정에게는 자극이 되었을 것입니다.
정환의 집은 본채와 별채가 2층에서는 하나로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의 건물입니다.
집주인인 정환은 내부 계단을 통해서 편하게 기홍의 공간을 드나들지만, 기홍은 현관문을 통해서만 정환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둘의 계급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둘은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인물들입니다.
다만 정환은 타인과의 거리를 너무 좁히려고 해서 문제가 되고 기홍은 거리를 계속 두는 것이 문제로 보입니다.
기홍은 정환이 권유하는 술자리나 식사자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합니다.
기홍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전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네 명의 인물이 같은 집에서 각자 자는 모습이 나오는데,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엔딩이었습니다.
하나의 집을 통해서 더불어 살고, 몰래 살고, 함께 사는 인물들의 정서적인 공간감과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완전함이 불완전함에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후기 (0) | 2025.03.22 |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후기 (0) | 2025.03.21 |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후기 (4) | 2025.03.18 |
균형의 조정,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후기 (1) | 2025.03.17 |
가족에 대해 알고 있다는 착각, 언니 유정 후기 (0) | 202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