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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모성을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케빈에 대하여 후기

by mobeemoon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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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당신의 아들로 살아남는 것

원작 : 라이오넬 슈라이버  '케빈에 대하여'

감독 : 린 램지

출연 :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여행 작가로 자유로운 삶을 살던 에바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결혼을 하고 아들 케빈을 낳았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 후, 고통스러운 육아로 에바는 지쳐있습니다.

케빈이 자라는 동안 에바와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남편 프랭클린의 권유로 이사한 집에 옛 추억의 물건들로 자신의 공간을 꾸미면서 에바는 잠시 행복한 시간을 가지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 케빈이 물감으로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엄마의 관심을 바라는 케빈의 이상행동은 동생 실리아가 태어나면서 점점 더 심해집니다.

케빈의 16살 생일날, 파티를 해줄까 하는 에바의 물음에 케빈은 필요 없다면서 자전거 자물쇠를 가방에 챙겨 학교로 향합니다.

 

모성은 본능인 걸까

영화가 시작되면 집 앞에 잔뜩 낙서가 되어있어도, 마을 주민에게 다짜고짜 따귀를 맞고도 참고 지나치는 에바의 모습이 나옵니다.

살인자의 엄마라는 이유로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그저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면서 모성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범죄 행동이 엄마의 책임인 걸까, 엄마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정당한 것일까, 모성애는 엄마가 되면 무조건적으로 가지게 되는 본능인 것일까 많은 물음을 던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에바는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케빈의 울음소리보다는 공사장의 소리를 더 편안하게 느낍니다.

그리고 아직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케빈을 보면서 '난 네가 태어나기 전이 더 행복했어'라는 말을 합니다.

이사한 집에 자신의 방을 꾸미면서 '엄마만의 공간'이라면서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케빈과 둘만의 시간을 갖는 동안 에바는 숙제를 하기 위해서 억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익숙한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엄마도 나에게 익숙하잖아'라는 케빈의 말에 에바는 망설이지만 아들을 좋아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케빈은 이런 에바의 말과 태도에서 엄마와의 거리감과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지만 받아들여주지 않는 엄마에게 관심과 시선을 받기 위해서 이상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엄마의 공간에 자신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 오히려 엄마의 방을 물감으로 엉망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케빈의 삐뚤어진 행동은 동생이 태어나면서 점점 심해집니다.

동생의 존재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청소년기가 되어서도 몸보다 작아진 어릴 적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기도 합니다.

 

케빈은 엄마와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다릅니다.

엄마와 다르게 아빠 앞에서는 착한 아들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케빈을 문제 삼는 에바와 프랭클린은 갈등이 생깁니다.

프랭클린과 에바가 이혼을 고민하는 대화를 듣고 케빈은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행동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릴 적, 에바가 읽어준 책 '로빈후드'가 케빈에게는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는지 장난감 화살을 가지고 놀다가 활을 범죄 수단으로 선택하기에 이릅니다.

에바의 아들 케빈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면서 엄마가 자신을 절대로 버릴 수 없도록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 중에 에바만 남겨둔 케빈의 의도는 사회적으로 고립시켜 혼자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됩니다.

에바와 함께 미니 골프를 치러 가면서 계절과 맞지 않게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나가는 것도 엄마를 주위사람들에게 비난받게 만들려고 한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케빈의 잘못된 행동이 에바의 부족한 모성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빠인 프랭클린의 방임적인 태도도 케빈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이 한쪽 눈 시력을 잃게 되는 사고가 벌어진 뒤, 케빈은 그 사고를 목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상황에 대한 적절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아빠가 눈치챘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부성애라는 단어보다는 모성애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것처럼 자녀의 인격형성 과정에 엄마의 역할이 더 큰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돌아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엄마'라는 이유를 너무 많은 책임과 의무를 강요받는 사회 속에서 에바와 케빈은 독립적인 한 사람이기보다는 자식을 잘못 키운 엄마,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범죄자가 된 아들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성은 본능이기보다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차츰 생기는 것이 아닐까, 에바에게는 케빈과의 관계에서 모성애가 쌓이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케빈이 18살이 되어 성인 교도소로 이감되기 전, 에바가 케빈을 찾아가 안아줍니다.

교도소를 빠져나오는 에바의 모습이 이제 케빈으로 해방되어 엄마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조금은 덜어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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