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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내가 보는 세상은 진실일까, 괴물 후기

by mobeemoon 202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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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사건, 세 사람의 다른 이야기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 사카모토 유지

출연 :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다나카 유코

수상내역 : 제76회 칸영화제 - 각본상

 

 

1. 사오리의 시점

사오리는 아들 미나토와 집에서 불이 난 건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나토는 뜬금없이 '인간의 몸에 돼지 뇌를 이식하면 인간일까, 돼지일까?'라고 묻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미나토의 행동이 이상함을 느낍니다.

현관 앞에는 신발이 한 짝만 놓여있고 보온병에서는 흙이 나오기도 합니다.

밤중에 터널에서 미나토를 발견하고서 사오리의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하던 중에 갑자기 차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합니다.

학대가 의심되어 미나토를 붙잡고 다그치자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의 이름을 말합니다.

사오리는 학교를 방문하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과 면담을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뭔가 이상하기만 합니다.

 

2. 호리 선생님의 시점

여자친구와 집으로 가는 길에 건물의 화재를 보게 되고 그 주변을 돌아다니던 학생들에 의해 걸스바를 다닌다는 소문이 돌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히는 것으로 의심되지만 오히려 체벌 교사로 오해를 받게 됩니다.

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사과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 모두의 앞에서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입니다.

집에서 짐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요리가 작성한 글을 읽게 되고 자신이 보지 못했던 진실을 알게 됩니다.

 

3. 미나토의 시점

미나토는 요리와 친구가 되지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요리의 입장 때문에 둘이 친하다는 것을 숨기게 됩니다.

미나토와 요리는 방과 후, 함께 폐전차를 둘만의 아지트로 꾸미고 그곳에서 둘 만의 우정을 키워갑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영화의 1부와 2부를 지나 3부에 이르면 우리의 시선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관객들이 각 시점마다 그들이 얻은 정보로만 느끼고 판단해서 누가 괴물인지에 집중하게 만들다가 3부에서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사오리가 의심했던 호리 선생님도, 호리 선생님이 의심했던 미나토도 모두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미나토와 요리 두 아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회적 편견과 편협한 시선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제한된 시각으로 보았을 때, 학대 정황이 의심되었던 미나토의 이상 행동은 사실 요리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짝뿐이었던 신발은 요리를 위해 벗어준 것이었고, 보온병 속 흙은 요리와 함께 놀았던 추억, 밤 중에 터널에 간 것은 요리를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영화 속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회적 통념을 은연중에 강요합니다.

요리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합니다.

요리의 아버지는 남자답지 못하다며 요리를 '돼지의 뇌를 이식한 괴물' 취급을 합니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억압과 학대로 인해서 요리는 자기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모습이지만 습관적으로 '남자답게'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모습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면을 발견해서인지 요리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미나토의 권유를 '남자답지 못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거절합니다.

사오리 역시 미나토에게 '어디에나 있는 아주 평범한 가족이 되면 된다'는 말을 합니다.

미나토는 엄마가 원하는 정상 범주에 자신이 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차에서 뛰어내립니다.

남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가치관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폭력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나토와 요리는 태풍이 불어오는 날 둘만의 아지트로 숨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날씨가 맑아지자 미나토와 요리는 '우리 다시 태어난 건가?' '아니, 우린 그대로인 것 같은데'라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을 달려가는 둘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행복해도 괜찮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고 싶지 않을 것들에 대해 이해를 포기하고 그것을 괴물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현실을 관객들로 하여금 직접 깨닫고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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