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
감독 : 코고나다
출연 : 콜린 패럴,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헤일리 루 리처드슨
제이크와 아내 키라는 중국에서 입양한 딸 미카에게 중국 문화를 알려주고 정체성을 연결해 주기 위해서 안드로이드 '양'을 구매해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4인 가족 월례 댄스대회에 참가해 다 함께 열심히 춤을 추지만 3단계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탈락한 이후에도 혼자 계속 춤을 추던 양은 과부하로 고장이 납니다.
제이크는 양을 수리하기 위해서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지만 정품이 아닌 리퍼 제품을 구매했었기 때문에, 보증이 되지 않고 수리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수리를 하는 대신 박물관에 양을 기증해서 그의 기억을 보존하는 방법을 선택한 제이크는 양의 기억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기억들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제이크는 좋은 사람이지만 가정에서는 부족한 남편이자 아빠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제이크의 부족함을 양이 대신 채워주고 양이 존재가 가족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미카는 밤마다 물을 마시러 갈 때 무서워서 양의 도움을 받았는데 아빠인 제이크는 그런 딸의 습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양은 미카의 정체성 뿌리를 이어 주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되었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카에게는 그저 목적을 위해 가족의 일원이 된 안드로이드가 아닌 따뜻하고 애틋한 오빠였을 것입니다.
미카는 양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때 중국어로 인사를 전합니다.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양에게 영향을 받은 미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관계에서는 목적성이 의미가 없는 순수한 관계였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는 특정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양은 인상적인 순간을 몇 초씩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기억 속에는 처음 생산되어 만났던 이전의 가족들의 모습과 지금의 가족들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영화 초반 보였던 제이크와 키라, 미카와 다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날의 모습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양은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서 합류하기 전 가족들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날의 모습은 제이크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같은 순간이지만 양과 다르게 제이크에게는 그냥 그런 날이 있었지 정도의 느낌으로 비칩니다.
제이크는 복제 인간을 딸로 삼아 함께 사는 이웃을 배척하거나 찻 잎이 아닌 가루로 된 차를 팔지 않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아마도 안드로이드는 그의 목적에 맞게만 존재해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생각으로 기능적인 면만 고려해서 양을 구매했을 제이크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제 인간과 같이 사는 것은 비난하지만 결국 자신도 필요에 의해서 안드로이드를 구매하고, 고장이 나자 들어간 비용이 먼저 떠오르는 제이크였지만 양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그의 기억을 통해 그저 필요에 의해서 구매한 상품이 아니라 양이 진짜 가족 구성원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전에 양은 차를 판매하는 제이크에게 차의 맛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제이크는 원래는 차의 목적 때문에 차를 좋아하게 되었다면서 '차의 맛은 묘사할 말이 없다. 넌 숲 속을 걷고 있고 땅에는 나뭇잎이 깔려있어. 한참 비가 내리다 그쳐서 공기는 아주 축축하지. 넌 그런 곳을 걸어. 왠지 이 차에는 그 모든 게 담긴 것 같아.'라는 다큐멘터리 속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듯이 일상적인 순간들의 기억이 모여서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양의 기억에서 중요한 인물로는 '에이다'가 있습니다.
에이다를 통해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보이는 양은 조금씩 자아를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양의 모습과 같은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장면을 통해서 기계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 두 가지가 공존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프로그래밍된 모습과 다른 행동이나 감정이 생겨나서 오류를 일으켜 결국 고장 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비록 양은 인간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의 존재를 남은 가족들이 기억하면서 가족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기고 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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