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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조정,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후기

by mobeemoon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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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 DOSE NOT EXIST

나무 가득한 숲 속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장작을 패고 있는 남자 타쿠미, 그는 장작을 정리해 놓고 샘물가로 이동해 물통에 샘물을 떠서 채우고 있습니다.

차에 물통을 싣다가 멀리서 들려온 총소리를 듣고 딸을 데리러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학교로 이동합니다.

하나는 아빠의 등에 업힌 채 숲 속의 나무들을 보면서 굴밤나무, 소나무, 낙엽송 등 익숙하게 구별해 냅니다. 

그러다가 사슴이 열매를 먹고 간 흔적, 총에 맞아 죽은 새끼 사슴의 사체를 보게 됩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 마을에 연예기획사에서 글램핑 시설을 만들겠다는 설명회가 열립니다.

상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사업은 코로나 보조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글램핑장 담당자인 타카하시와 마유즈미가 동네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그들의 운영 계획에는 문제점이 많습니다. 

정화조의 위치와 정화능력, 관리 인력 문제 등 주민들은 의문점을 제시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지만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장과 다시 논의하겠다며 직원들은 도쿄로 다시 돌아갑니다.

타카하시와 마유즈미는 주민들의 생각에 조금은 동조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장에서 글램핑 건설을 무효화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장의 지시로 타쿠미에게 관리자를 맡아달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다시 히라사와 마을로 이동합니다.

타카하시는 타쿠미의 일상을 따라다니다 이 마을에 정착해서 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하나가 실종되고 타쿠미와 마을 주민들은 하나를 찾아 나섭니다.

 

자연에는 선과 악, 정의가 없다

영화에서는 자연의 풍경을 오래도록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물의 얼굴이나 대사보다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장면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시선보다 자연의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타쿠미와 하나의 모습에서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고 있음이 잘 드러납니다.

하나는 다른 아이들과 놀기보다는 사슴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새의 깃털을 줍는 등 자연 속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녀를 포함 마을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마을 회장의 대사에 잘 녹아있습니다.

'상류에서 한 일은 반드시 하류에 영향을 줍니다.

상류에서 벌인 행동은 계속 쌓이고 쌓여 결국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것을 방지하기위해 상류에 사는 사람에게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선이고 해로운 것을 악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선과 악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예기획사에서 근무하지만 글램핑장 건설을 담당한 직원들은 악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습니다.

두 직원이 히라사와 마을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그들은 그저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이 속해있는 집단이 마을 사람들과는 대치되는 상황이기에 악역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

타카히시와 마유즈미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사업을 강행하는 사장이 악으로 보일 것입니다.

누구나 악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하나가 실종되고 타쿠미와 타카하시가 하나를 찾기 위해서 함께 마을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안개로 인해서 잔뜩 흐려진 숲 속에서 하나를 발견하고 그 위로 총에 맞은 사슴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그 순간 타쿠미는 타카하시의 목을 조르고 쓰러뜨린 뒤, 하나에게 다가가고 코피를 흘린 채 쓰러진 하나를 안고 숲으로 들어갑니다.

결말을 보고 나면 예상치 못한 전개로 당혹감과 함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떠오릅니다.

타쿠미는 '마을의 심부름센터'라고 본인을 표현했습니다.

마을 자체를 자연으로 본다면 타쿠미는 자연을 훼손해서 글램핑장을 만들려고 한 타카하시가 악으로 보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슴의 등장으로 타쿠미가 기획사 직원들과 차에서 나누었던 대사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게 합니다.

타쿠미가 총에 빗맞은 사슴이나 그 어미, 아비가 아니라면 야생 사슴은 사람을 해치지 않고 겁이 많아서 사람을 보면 도망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자 직원은 그러면 글램핑장을 지어도 근처에 오지 않을테니까 괜찮은 것이 아니냐고 반응합니다.

그 말에 타쿠미는 '그럼 사슴을 어디로 갈까'라고 말합니다.

총에 맞은 사슴의 이미지와 타카하시를 공격하는 타쿠미의 모습에서 타쿠미를 사슴과 같은 존재로 바라보게 됩니다.

마치 인간을 피해서 도망가는 것처럼 타쿠미는 하나를 데리고 마을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관객들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보고 나면 영화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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