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두 사촌의 기묘한 여행기
감독 : 제시 아이젠버그
출연 : 제시 아이젠버그, 키에란 컬킨
사촌지간인 데이비드와 벤지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할머니의 고향인 폴란드로 여행을 떠납니다.
데이비드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지금 출발한다, 길이 막힌다, 지금 어디쯤이다라는 음성 메시지를 여러 차례 벤지에게 남깁니다.
연락을 받지 않던 벤지는 공항에 훨씬 먼저 도착해 있었고 오랜만에 재회한 듯한 둘은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바르샤바에 도착한 둘은 다른 사람들과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하는 소규모 패키지여행을 시작합니다.
벤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즉흥적이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반면 데이비드는 다른 여행객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보다는 혼자 떨어져서 다니는 것이 편해 보입니다.
전혀 다른 성격의 데이비드와 벤지는 할머니의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일행들과 먼저 헤어지고 둘만의 여행을 이어갑니다.
기억을 통해 진짜 아픔을 위로하는 여행
이 영화는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 각본, 주연을 맡고 엠마스톤이 제작에 참여하였고 영화 속 벤지를 매력적으로 연기한 키에란 컬킨은 다양한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곡이 전반적으로 흐르는데 잔잔한 음악이 영화에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매우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의 유쾌한 여행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영화의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벤지는 할머니와의 유대가 깊었던 만큼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이 크게 다가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인지 역사의 아픔에 대한 공감도 더 깊게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행 과정에서도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 벤지는 유대인들이 강제 이송되었던 일과 비교하며 일등석에 앉아있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저 관광지를 눈으로 보고 이동하는 반복되는 과정에 진정한 경험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런 벤지의 행동을 지켜보는 데이비드는 안절부절못해하지만, 가이드는 그의 의견을 수용해서 묘비에 돌을 얹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행위를 통해서 '당신을 기억한다'는 해석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이드는 헤어지는 순간 벤지에게 자신 안의 불씨를 다시 살려준 것 같다며 그의 피드백에 진심으로 감사해합니다.
돌을 올려두는 모습은 이후에 벤지와 데이비드가 할머니 집을 찾아갔을 때, 데이비드가 뉴욕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반복해서 보입니다.
데이비드가 벤지와 함께한 여행을, 그리고 벤지를 기억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데이비드는 벤지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른 일행들과의 대화에서 벤지를 사랑하고 동시에 증오하며 때로는 죽이고 싶지만 그가 부럽다는 속마음을 꺼내놓습니다.
그러면서 벤지가 할머니의 죽음 이후 수면제로 자살 시도를 했던 일까지 털어놓게 됩니다.
벤지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순간 데이비드 자신은 아내와 아이와 함께 뉴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에 그는 괴로워하였습니다.
데이비드는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고 다들 똑같이 겪는 아픔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역시 예전에는 벤지와 비슷하게 감성이 충만한 인물이었지만 현실을 살아가면서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게 된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그런 데이비드가 벤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기도 합니다.
벤지는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보러 와주지 않은 데이비드에게 서운함을 드러냅니다.
여행하는 동안 벤지의 모습에서는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태도에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입니다.
아픔을 대하는 둘의 태도도 성격만큼 다른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역사적 아픔을 돌아보는 여행이 자기 자신과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항에서 데이비드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만 벤지는 공항에 좀 더 있다가 가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처럼 마지막 장면에서도 공항 안에서 벤지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습니다.
각자의 목적지가 정해져서 떠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혼자 갈 곳을 잃은 듯한 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여행이 끝난 이후 벤지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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